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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적이는 경매법정 90%가 구경꾼
서울중앙지법 경매법정 가니
투자 관망세 경매시장도 싸늘
79개 매물 낙찰률 25.8%그쳐
24일 서울중앙지법 경매법정 앞. 이날 매각 물건들을 표기해놓은 게시판 앞에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 법정 내부에는 많은 인파가 자리를 채우고 있었지만 규정상 법정은 촬영이 불가하다. 서영상 기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접근성이 좋고 좌석이 많아 경매 교육생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오늘 법정에 있는 인파의 90%는 응찰에 나서지 않는 허수일 가능성이 높아요.”

24일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경매법정. 150석에 이르는 자리가 가득찬 것을 보고 어찌된 일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경매법정 앞에서 대출을 알선해준다는 50대 여성 허 모씨는 이같이 얘기했다. 실제로 건물 바깥에서는 많은 교육생들이 경매절차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통상 경매가 시작되면 자신이 입찰을 희망하는 물건의 사건번호가 적혀 있는지, 혹시 기일변경이 되지는 않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게시판 앞에 사람들이 몰려들지만 이날 게시판 앞은 썰렁하기만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찰봉투도 수령하지 않고 경매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보러온 참관인처럼 보였다.

입찰 마감 시간인 11시 10분이 다가왔지만 입찰함인 아크릴 박스에는 40여개의 입찰봉투만 담겨 있었다.

자신을 마포구 신정동에서 공인중개업을 한다고 소개한 60대 남성은 “불과 2~3달 사이에 경매법정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면서 “물건은 차츰 늘어나고 응찰에 나선 이들은 줄어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경매가 진행된 물건 79개중 낙찰된 물건은 22개에 불과했다. 낙찰률이 25.8%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좋지 않을 때도 낙찰률의 마지노선을 30% 수준으로 파악하는데 20% 중반은 처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오전 11시20분 개찰이 시작되자 흩어져 있던 응찰자들은 경매과정을 숨죽여 지켜봤다.

이날 진행된 경매는 아파트 20건, 다세대 38건, 상가 11건 등이었다. 낙찰된 22건 중 단독입찰은 14건으로 사실상 경쟁이 벌어진 것은 8건에 불과했다. 응찰자가 5명이 참여한 논현동 아파트는 감정가격 17억9000만원 이었지만 낙찰가격은 15억4400만1000원에, 12명이 응찰한 관악구 신림동 아파트도 감정가 4억2700만원에 낙찰가격은 4억8000만원 수준이었다. 낙찰가율이 각각 86.3%, 81.9% 수준으로 응찰자가 많이 몰린 것 치고 낙찰가는 높지 않았다. 집값 전망이 부정적일수록 응찰자들은 입찰가를 높이는 데 부담을 느낀다.

매각된 물건 중 13건은 다세대 즉 빌라 물건으로 전체의 59%를 차지했다. 이중에서 눈에 띄는 매물은 관악구 봉천동 전용 23㎡ 빌라였다. 해당 물건은 전세사기 피해주택 지원 특별법에 따라 임차인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는 물건이었다. 우선매수권은 세입자가 살고 있는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 제3자에게 낙찰되더라도 세입자가 해당 낙찰 금액을 내면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다. 하지만 해당 물건 역시 세입자가 홀로 응찰에 나서면서 우선매수청구권이 사용되지 않고 곧바로 세입자에게 낙찰됐다.

이날도 특별한 호재가 있는 물건의 경우에는 20명이 넘는 응찰자가 몰리며 감정가를 크게 넘는 가격에 낙찰되기도 했다. 동작구 상도동 전용 36㎡ 다세대에는 24명의 응찰자가 몰렸는데, 이곳은 상도15구역에 포함되는 곳으로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에 따라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지역이다. 감정평가액이 3억원이었던 해당 매물은 3억8111만원에 매각됐다. 낙찰가율 127% 수준이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이날 매각된 매물들도 응찰자가 단 한명에 불과한 것이 절반을 넘었다는 게 불길한 시그널”이라면서 “최근 올라버린 금리에 관망세로 돌아선 투자심리는 올 하반기에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영상 기자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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